절대 실패하지 않을거야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유명한 말이다. 그리고 스타트업에도 적용되는 말인 것 같다. 창업을 결심하고 주변에 창업하겠다고 말하면 그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와, 너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하니까 진짜 재밌겠다.”
“너가 한만큼은 그래도 성과가 나올 테니까 좋겠다 진짜”
나도 그럴줄 알았다. 그리고 그런 감정들 속에서만 살 줄 알았다. 그러나 실제로 가장 자주 느끼는 감정은 “불안”이었다. 불안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자유 속에서 성과를 내서 나를 증명해야하는 상황에서 나타났던 것 같다. 결국, 자유와 성취가 주는 즐거움 속에 있을 것만 같았던 창업 초기에, 실제로 나는 불안했다.
불안이 밀어낸 자유와 성취의 감정의 자리엔 의심이 들어섰다.
“내가 진짜 잘하고 있는걸까?”
“스타트업의 90%는 실패한다던데.. 다 이유가 있었군”
모든 일이 처음해보는 일이었고, 글로 배운 창업과 현실의 창업은 매우 달랐다. 고객은 생각보다 만나기 어려웠고, 제품 개발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시장은 냉정했고 아무것도 잃지 않을 것만 같았던 대학생 창업에서 나는 시간과 돈 그리고 주변의 많은 것을 잃어갔다. 무엇보다 내가 맞는 길을 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심 속에서 매일 헤엄쳤다.
전역 후 창업에 뛰어든지 6개월쯤 되었을 3월의 어느 날, 몇 개월간 준비했던 GiftLink 라는 사업 아이템을 그만하기로 결정한 그 날의 감정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실패에 대한 의심은 확신이 되었고, 불안은 나를 붙잡았다. 나는 정말 위기였다.
“아아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은가”를 읊는 비극속의 주인공이 된 채로 창업 동아리 인사이더스의 모임에 나와있던 내 옆에 진우형, 준호형, 찬민이 형이 앉으셨다. 비극이 희극으로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위기를 기회로
당시의 나는 형들이 설립한 광인회관의 정체에 대해 정확히는 몰랐지만, 창업하는 형들이 모여사는 공간이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위기는 기회를 품고있다고 했던가. 나는 살기위해 뭐라도 해야했다.
“형, 저 형이랑 같이 살고 싶어요”
무슨 배짱이었는지는 몰라도 옆에 앉아 계시던 진우형님께 말씀드렸다.
“어 그래? 너 맘에 든다. 괜찮지 준호야?”
돌아보면, 이 순간이 2020년 최고의 순간이었다.
“야 그래도 살 집인데 가봐야하지 않겠어?” 당시 GiftLink를 같이 창업했던 형이 물어보았다. 글쎄, 그때의 나에게 그런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창업 초창기의 불안함 속에 매일 두려워하며 지쳐있었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한다는 것 그 자체가 중요했으니까.(그렇지만 머릿속의 공간과 실제는 조금 달랐다. 아니, 많이 달랐다.)

일상의 변화
평소였다면 유튜브를 키고 누웠을 시간에 냉장고에서 맥주 한캔을 꺼내 책을 읽는 사소한 변화를 시작으로 일상의 변화가 시작됐다. (들어와서 읽은 책만 14권 정도 된다.)

광인회관에서의 모든 순간이 배움의 순간이었다. 형들의 대화 속에 있노라면, 스타트업 전반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고, 그 이야기들 속에서 내 주관을 찾을 수 있었다.
새로운 가족이 생긴 기분이었다. 형들이 진짜 친형제처럼 느껴졌다. 매일 매일 함께하고 일상을 공유했으며,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서 함께 고민했다. 창업이 요새 흔해지기는 했지만 “그런거 왜 하는거야? 결국 취업할거 아니야?” 라는 암묵적인 시선들 속에서 외롭게 버티는 나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되었다. 이런 경험은 앞으로도, 지금이 아니면 절대 없을 경험일 것이라 확신했다. (花有重開日人無更少年. 꽃은 다시 피지만, 젊은 날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무엇보다, 더 이상 나는 불안하지 않았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내가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 걸까?”라는 의심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그리고 잘한다면 성공할 수 밖에 없다”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의심이 들때면, 함께 고민할 형제가 있다. 그 형들은 이미 그 길을 겪어보았기에 내가 본질을 잊지 않고 나아갈 수 있도록 상기시켜줄 뿐 아니라, 어떠한 선례가 있었는지, 어떤 점을 참고하면 좋을지에 대한 인사이트까지 제공해주셨다. 선택을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환경에서 내가 가장 나다운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인 것이다.
절대 실패하지 않을거야
광인회관에 있으면서 “절대 실패하지 않겠다” 라는 생각을 가졌다. “않겠다”라는 말이 다짐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지만, 확신을 나타내는 단어이기도 하다.
제목으로 쓴 “절대 실패하지 않을꺼야”는 일종의 출사표이다. 창업 초기에 갖고 있던 엄청난 불안감이 광인회관에 들어와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야심차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확신”. 변수가 많은 창업에서 불가능한 이야기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막연한 불안감이 만들어내는 다른 요소들과의 부정적인 상호작용들(불안한 상태로 내리는 결정, 판단 착오, 단기적인 수익 추구 등)을 많이 끊어냈기 때문에, 나는 분명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광인회관에 있으면서 실패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는 여정을 담을 예정이며, 지금(20.08.30)까지의 “절대 실패하지 않았던 여정”은 다음 글에 담았다.
앞으로 나의 이야기를 기대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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