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통찰

불공정한 게임에서 불리한 쪽(스타트업)이 이기는 기술

스타트업은 일반적으로 여러가지 면에서 불공정한 게임(Unfair Game)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불평할 것은 없다. 결국에는 불공정한 게임에서 유리한 위치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모든 대기업도 스타트업으로 시작했고, 그들 역시 불공정한 게임을 어떻게든 이겨낸 플레이어들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불공정한 게임을 불리한 쪽에서 이기게 플레이하는가이다.

이러한 고민이 ‘사업’의 영역에만 있는가 하면 당연히 그렇지 않다. 이렇게 불공정한 게임을 하면서도 이겨야만 생존이 보장되는 영역은 아주 많다. 오늘은 그 대표적인 게임인 ‘야구’를 통해 불공정한 게임을 이기는 방법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사실 Unfair Game에서 이기기 위한 방법으로는 아래에서 논할 방법 외에도 몇가지 방법이 더 있다. Unfair Game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Unfair Advantage를 활용한다던가, 누구에게도 Unfair하지 않은 게임에 들어간다던가. 하지만 나는 아래에서 설명할 방법이 거의 모든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영화 머니볼의 스토리(실화 기반)을 예시로 들면서 글을 이어가겠다.

스타트업이 처한 불공정한 게임

스타트업이 처한 불공정한 게임에 대해서 설명하기 위해 머니볼의 시작에 대해 얘기해보겠다. 머니볼 영화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미국에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라는 가난한 구단이 있었다. 그 구단은 예산이 한정되어있었기 때문에 재능과 경험, 인성 모든 면에서 S급인 인재를 모셔와야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행할 수 없었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보유하고 있던 인재들 중 S급으로 성장한 인재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뉴욕 양키스 등의 부자 구단에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부담할 수 없는 수준의 보상(성장, 유명세, 금전)을 약속하자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떠난다.

어디서 많이 본 상황이다. 주체를 조금만 바꿔보면 아래와 같아지는데,

한국에 라이너라는 가난한 스타트업이 있었다. 그 스타트업은 자본금이 한정되어있었기 때문에 재능과 경험, 인성 모든 면에서 S급인 인재를 모셔와야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행할 수 없었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라이너에서 일하던 인재들 중 S급으로 성장한 인재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네이버 등의 대기업에서 라이너가 부담할 수 없는 수준의 보상(성장, 유명세, 금전)을 약속하자 라이너를 떠난다.

후… 씁쓸하지만 현실이다. 스타트업 대표들 중에서 비단 나만이 겪은 일은 절대로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상황이 애초에 발생하지 않도록 평소에 ‘미션’, ‘비전’ 등으로 사람의 ‘나는 왜 일하는가’를 자극하라거나 ‘성장욕’을 자극하라는 조언을 (쉽게들) 한다. 그런데 그게 말이 쉽지 정말로 잘 통하겠는가? 적어도 나는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잘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특히 스마트한 인재일수록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일단, 미션이나 비전이 큰 조직이라고 후진 것이 아니다.

보스톤 레드삭스도 그들만의 ‘머니볼’로 우승하고 싶어한다.

보스톤 레드삭스 같은 부자 구단도 가난한 구단처럼 우승을 거머쥐고 싶어한다. 네이버나 카카오도, (적어도 그 안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은) 세상에 가치 있는 변화를 나만큼이나 일으키고 싶어한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보스톤 레드삭스에서도 성장할 수 있다.

쟈니 데이먼이 보스턴 레드삭스에 간 것은 비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다. 그 상황에 맞는 선택일 뿐.

심지어, 체계적인 교육 프로세스를 갖춘 그 곳에서는 아주 높은 확률로 남들 만큼의 성장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여기서 말하는 ‘남들’은 이미 메이저 리거들이다. 남들만큼만 성장해도 솔직히 이미 일류다. 대신 아주 높은 확률로 초일류(네이버, 카카오의 초기 멤버) 수준으로 성장은 못할 것이다.(이 논의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른 글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결국 개인의 인생 목표나 처한 상황에 따라 회사 선택에는 장단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션이나 비전 혹은 성장만으로 어떤 회사가 다른 회사에 비해서 무조건적으로 나을 수는 없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특히 똑똑하면 똑똑할 수록 ‘아주 높은 확률로 남들 만큼은 성장하는 것’을(심지어 이 ‘남들’은 이미 일류)택할 것이다. 그게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즉, 스마트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을 직장으로 선택하지 않을 것이고 그것은 결코 비합리적인 선택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그들을 설득할 압도적인 논리적 근거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내가 같이 일하고 싶어하는 수준의 능력 있는 인재라면.

이것이 바로 스타트업이 속한 ‘불공정한 게임’이다.

야구에서 불공정한 게임을 이긴 기술

이렇게 게임이 불공정하다고 게임을 포기할 것인가 하면 당연히 그렇지 않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은 영화에서 스카우터들에게 아래와 같이 말한다.

빌리 빈 – “이 방 안에서 뉴욕 양키스처럼 생각한다면, 우리는 이 방 밖에서 뉴욕 양키스에게 질거에요. 우리는 이제 그들과 다르게 생각해야해요.

스카우터 – “그런 말은 누구나 하겠어, 꼭 포츈 쿠키 같은 말이네.”

빌리 빈 – “아니요, 이건 Logic(논리)에요.”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판이 기울어져있어? 그러면 이 판의 상식대로 싸우면 당연히 우리가 지는거 아니야?’라는 거다.

이런 상황에 직면해있을 때 빌리 빈은 피터 브랜드를 만난다. 피터 브랜드는 야구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기만의 선수를 보는 관점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는 영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말을 듣고 빌리 빈은 많은 생각에 잠긴다. 고민 끝에 결론을 내린 그는 스카우트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말은 다음과 같은 뜻이다.

앞으로 우리는 선수의 5툴(야구 용어)이든 외모든 성격적 결함이든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 하나만 보겠다. 출루율. 출루율만이 ‘승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고, 그에 따라 출루율을 사는 것이 승리를 사는 것이 되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다른 직원들은 기겁을 하게 된다. 야구를 해석하는 관점 자체를 ‘직관’, ‘믿음’, ‘안목’으로부터 ‘데이터’로 심지어 지표 하나로 옮겨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즉, 판을 다시 짠 것이다.

내부에 엄청난 반발이 있지만 빌리 빈과 그를 돕는 피터는 내부의 많은 반대자들을 설득하며 결국에는 뜻대로 실행한다.

나는 영화 내용을 설명을 하려는 것이 아니므로 결론부터 얘기하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방법은 성공한다.(이 영화는 실화 베이스다. 즉, 실제로 현실에서 이 방법이 통했다.)

이 이후부터는 야구와 데이터는 뗄 수 없는 관계가 된다. 빌리 빈은 ‘머니볼’을 통해 판을 다시 짠 것이다.

스타트업에서 불공정한 게임을 이긴 사례

게임이 불공정하면 그 게임을 이기는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 기본적으로 판을 다시 짜는 방법은 게임을 재정의 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이 불공정한 게임을 이기는 방식도 이와 같다. 그 예를 현실에서 들어보자.

컴퓨터 산업 초기, IBM은 컴퓨터 산업을 독점하고 있다. 나는 이제 갓 시작한 작은 컴퓨터 회사다. 어떻게 해야할까?

  • 컴퓨터 한 대가 방 하나 크기인 그 때, 모든 책상 위에 컴퓨터가 소형화되어 올라갈 것을 꿈꾸고(전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도 놀랍다.) 그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이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되었다.
  • 컴퓨터가 일반적인 사람들이 쓰기 어려운, 고도로 훈련된 전문직종만 쓸 수 있는 도구일 때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를 꿈꾸고(전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도 놀랍다.) 모든 사람을 위한 쉬운 컴퓨터를 만든다. 이 회사는 애플이 되었다.

인터넷 산업 초기, 야후는 포털 산업을 독점하고 있다. 나는 미국 서부에서 시작한 작은 소프트웨어 회사다. 어떻게 해야할까?

  • 포털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검색이라고 생각하고(전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도 놀랍다.) 이것 하나만 제대로 파서 세계 최강의 검색엔진을 만든다. 이 회사는 구글이 되었다.

한국 인터넷 초기, 다음은 포털 산업을 독점하고 있다. 나는 이제 시작한 작은 포털 회사다. 어떻게 해야할까?

  • 게임 회사와의 합병을 통해 다른 포털 사이트는 가지고 있지 않은 현금 흐름을 확보한 뒤(전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도 놀랍다.) 공격적으로 혁신적인 서비스를 성공시킨다. 이 회사는 네이버가 되었다.

결과로 말하는 정신

위 사례만 보더라도, 많은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기존과는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그때는 무시받을지라도) 판을 재편한 스타트업만이 역사를 다시 쓸 수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위 사례는 모두가 아는 대기업의 시작에 대해 얘기한 것일 뿐 다른 예시도 무수히 많다.

사실 논리적인 사람이라면 ‘불공정한 게임’에 들어서는 순간 알 수 있다. 이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논리적으로 ‘불공정한 게임’을 재편하거나, 내가 유리한 편에 서는 것 밖에 없음을.

근데 정말 많은 창업가는 자존심 때문에 활용할 수 있는 유리한 점(Unfair Advantage)을 사용하지 않는다. 혹은 정말 많은 창업가는 이 게임이 사실은 불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사용자만 많이 모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속인다. 이는 야구 쪽에서도 같았을 것이다.

영화에 나온 “야구 재정의하려다 니가 x될거다 빌리.”

하지만 억지로 해서 되는 일은 없는 법이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는 법. 내가 지금 불공정한 게임의 플레이어임을 인지하고 불공정한 게임을 이기는 방법대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질’ 것이다.

이 판의 플레이어가 된 이상 플레이어는 ‘승리’로서 자신과 주변 사람에게 보답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을 가장 잘 설명한 영화 중 하나인 머니볼을 통해 오늘 그 방법 중 일부를 내 식대로 설명해보았다.

PS.

사실 이 얘기를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쓸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 왜냐하면 위에 내가 한 ‘이겨야 한다’는 말들은 ‘가치’ 중심적인 창업가들에게는 달갑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굳이 내 방식을 주변에 설명하지 않고 홀로 행해왔다. 가끔, 아니 아주 자주 많은 사람들은 라이너의 방식(소수 정예, 주니어 위주의 채용, 홍대에 사무실 위치 등 기존의 IT 스타트업 전략의 정반대가 많다.)에 대해서 태클을 걸어온다.

내가 할 말은 하나였다. 결과를 보자. 여러모로 라이너는 이제 그 결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드디어 창업한지 8년만에 확신을 가지고 이 얘기를 밖에 할 수가 있게 되었다.(라이너의 방식이 8년이 걸린다는 얘기가 아니다. 시행착오가 많았고, 통하는 법을 찾았고, 이를 성공시키는데는 1년이 걸리지 않았다.) 난 이제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다. 판을 다시 짜든, Unfair Advantage를 이용하든, 게임의 우위에 서라고. 그게 이기는 길이라고.

내가 이렇게 고집스럽게 불공정한 게임에서 이기는 법을 8년간 모색하고, 죽어라 존버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나는 대학생들이 모여서 창업한 회사가, 글로벌한 기업이 되고, 그 구성원들에게 엄청난 보상을 주는 기업들을 보고 컸다.

내가 미국에 살때는 90년대 후반의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이었고, 내가 한국에 살 때는 페이스북이었다. 나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에는 그런 회사가 없다는 것이 슬펐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일이 한국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 이것이 내가 존버하는 이유다.

난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

라이너가 성공한다면 한국에서도 대학생들이 모여서 창업한 회사가 글로벌 기업이 되고 그 구성원들은 엄청난 보상을 받게 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다.

2 thoughts on “불공정한 게임에서 불리한 쪽(스타트업)이 이기는 기술

  1.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가치를 이뤄내기 위해 ‘이겨내고 싶다’로 논리가 흘러가는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좋은 영감을 주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를 발행하지 않을 것입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