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인회관

법인 설립 한 달 만에 투자받을 수 있었던 미친 결정


Welcome aboard

차가운 새벽 공기, 무거운 케리어, 공항철도 홍대입구역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을 설레는 여행의 시작으로 보이지만
2021년 4월 1일, 만우절의 농담처럼 광인회관에 입주하던 순간이다.

광인회관의 8번째 거주 멤버가 된 나는 입국수속을 하듯 방을 안내받고, 몇몇 설명을 들으며 광인회 멤버들과 인사를 나눴다. 거주하는 모든 멤버가 창업가이고, 모두 합류를 제안받은 그 자리에서 입주를 결정했다니! 광인회관 사람들은 모두가 요즘 말로 닉값(이름에 걸맞는 행동)하는 사람들이란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 이미지는 대체 속성이 비어있습니다. 그 파일 이름은 01-1024x994.jpg입니다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팔로알토의 해적기가, 한국의 연남동에 걸려있었다.
흰색 페인트와 붓을 받아 일종의 의식처럼 내 이름을 새기는 것으로 해적선에 탑승했다.

Fast track

작년 겨울, 연세대와 라이너의 협약식에서 라이너를 활용하는 연세대 교육 프로그램의 담당자로 참석하며 김진우 대표를 처음 만났다. 초고속 성장 중인 IT 스타트업의 대표, 구글을 이기겠다는 그의 포부에서 비범함을 느끼기도 잠시, 왠지 모르게 그의 얼굴에서 알코올이 보였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지만 무언가 술을 좋아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수개월의 시간이 지나고 본격적인 창업을 준비하고 있던 2021년 3월, 조언을 구하고자 김진우 대표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콜드 메일에 가까웠지만, 흔쾌히 시간을 내주었고 나는 선물용 위스키를 하나 챙겨 라이너 사무실에 방문했다.

이 이미지는 대체 속성이 비어있습니다. 그 파일 이름은 iOS-이미지-1024x768.jpg입니다

홍대 입구 메인 거리에 영화 ‘인턴’에서나 보던 사무실에서 김진우 대표를 처음 만났다. 사업을 소개하며 이것저것 조언을 구하는 나에게 특유의 빠르고 간결한 말투로 핵심이 담긴 따뜻한 조언을 주었다. 그는 “얼굴에 알코올이 보여 위스키를 선물했다”는 말에 어이없어하면서도 나를 광인회관에 초대했다.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 김진우 대표(이하 진우형)에게서 광인회관 합류를 제안받았다.

네, 합류하겠습니다!
– 그럼 언제 들어오나요?
음 다음 달쯤 들어오겠습니다!
– (캘린더를 보더니) 다음 달은 3일 뒤인데요?

위 대화로 인해, 72시간도 채 되지 않아 나는 광인회관에 입주했다. 비록 신촌에 살고 있던 집이 있고 계약 기간도 한참 남았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사람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고 간절했다. 그것을 한국에서 가장 잘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살며 배울 기회가 왔으니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광인회관의 취지, 멤버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문화,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에너지 또한 미친 결정을 빠른 행동으로 옮기게 했다. 그렇게 나는 패스트트랙 게이트를 통과하듯 예비 창업자에서 창업가로 거듭나는 여정을 시작했다. 아주 빠르고 신속하게!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이 이미지는 대체 속성이 비어있습니다. 그 파일 이름은 t1.daumcdn.png입니다
여행지가 좋아 귀국 일정을 늦출 때면,
자기합리화를 위해 오남용하곤 했던 에어비앤비의 슬로건이다.

광인회관은 살아보니 그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었다.

광인데이라고 불리는 월간 정기 모임에서 거주/비거주 멤버가 모두 모여 스포츠를 즐길 수 있었고, 고속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대표들과 법률-회계-투자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광인회관에 놀러 와 편한 분위기에서 식사하는 모임이 많았다. 집에 가면 평소 뵙고 싶었던 분들이 있다니!

하지만 가장 관건은 창업가들이 함께 살며 퇴근 후 집에서 이루어지는 사소한 대화와 일상에서 서로 영감과 자극을 주고받고, 함께 잘 될 수 있게 도와주며 형제처럼 지내는 것이였다. 정말 살아봐야 알 수 있는 가치들이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나는 회사의 법인설립을 진행했다. 동시에 투자를 위한 IR 준비 또한 시작했다. 오랜 친구였던 피칫의 이동재 대표를 시작으로 진우형까지 IR Deck의 구성과 투자 전략을 함께 고민해주었다.

잠시 나의 사업과 창업 동기에 대해 소개하자면, Z세대를 위한 문서 작성 도구 뤼튼(WRTN)을 개발하고 있다. MS Word와 아래아 한글을 뛰어넘는 Z세대 최적화 문서 툴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이 이미지는 대체 속성이 비어있습니다. 그 파일 이름은 111-1-1024x576.jpg입니다
wrtn.io

고교시절 설립한 ‘한국청소년학술대회 KSCY’가 매년 10배씩 커지며 아시아 최대 규모의 컨퍼런스로 성장한 경험이 교육을 혁신하는 기업가를 꿈꾸게 하였다. 2020년 1월 중순, 대한민국에서 코로나19를 가장 먼저 겪으며 발생한 1억원에 가까운 환불금을 온라인 교육과 온라인 컨퍼런스 플랫폼을 구축해 3개월만에 극복한 경험이 기술에 대한 집착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이 모든걸 함께 겪은 팀원들이 있었기에 창업을 결심할 수 있었다.

광인회관 입주 후 2주가 지난 2021년 4월 13일, 주식회사 뤼튼테크놀로지스 법인이 설립됐다. 이후 본격적인 시드라운드 투자 유치를 시작했다.

광인회관에서의 인연으로 만나게 된 어드바이저가 매쉬업엔젤스 이택경 대표님을 소개해주어 첫 미팅을 진행하게 됐다. (후에 알았지만 뤼튼이 수상했던 데모데이와 매쉬업 프로그램, 지인의 소개까지 총 3가지 채널로 어필이 되었다)

이 이미지는 대체 속성이 비어있습니다. 그 파일 이름은 KakaoTalk_Photo_2021-06-16-15-48-25-1024x768.jpeg입니다

첫 미팅과 IR, 투심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비교적 빠르게 최종 텀싯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계약을 하고 매쉬업 패밀리가 되었다. 투자 유치 과정에서 많은 선택과 고민의 순간이 있었지만, 광인회관 형제들의 조언과 응원이 큰 힘이되어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이후 현준이(hwik 대표, 룸메이트)를 시작으로 준호형(슈퍼멤버스 대표, 광인회관 거주)과 찬민이형(라이너 COO, 광인회관 거주)의 도움으로 예비창업패키지와 캠퍼스타운사업단과 같은 정부 지원 성격의 자금 또한 확보할 수 있었으니, 입주 후 한 달 동안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도움을 받았다.

뤼튼은 지난 3월, 500여 곳의 고교/대학에서 신청자가 발생한 클로즈베타테스트(CBT)에 이어 이번 여름 5천 명 규모의 오픈베타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성장하는 것이 내가 광인회관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큰 보답이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골짜기

이 이미지는 대체 속성이 비어있습니다. 그 파일 이름은 Glenmorangie-The-Quinta-Ruban-14-Years-Old-768x769-1.jpg입니다

진우형에게 처음 선물했다는 위스키의 이름은 ‘글렌모렌지’이다. 해석하자면 ‘고요의 골짜기’로 스코틀랜드 위스키 증류소 중 가장 적은편에 속하는 16명의 소수 정예 인원으로 연간 9만 리터 이상의 많은 양의 스카치 위스키를 만든다. 그것도 세계 최고 수준의 싱글몰트 위스키로 말이다. 라이너가 소수 정예로 수백만의 글로벌 유저가 사용하는 훌륭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과 일맥상통한 의미를 담아 선물했다. (사실 방금 알았다)

스카치 위스키 이름에 흔히 붙는 ‘글렌’은 스코틀랜드 게일어로 ‘골짜기’를 뜻한다. 미국 실리콘벨리의 ‘벨리’ 또한 골짜기를 뜻한다. 인류 역사에는 유독 ‘골짜기’에 모여 서로 시너지를 내며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와 재화들이 탄생하는 일이 반복된다.

홍대입구에 위치한 라이너를 시작으로 민상이형의 기어세컨드(합정), 현우형과 용섭이형 그리고 현준이가 있는 망원까지 이곳 홍대, 연남은 광인회관을 중심으로 미친 사람들이 모인 골짜기가 되고있다. 뤼튼테크놀로지스는 8월에 성수에서 홍대로 사무실을 옮기며 골짜기 형성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광인 골짜기(Glencrazyones, Crazy Ones Valley)가 훌륭한 스타트업들의 성지가 되는 그날까지 우리는 치열하게 노력하고 끊임없이 성장할 것이다.

필연적인 이 골짜기의 신화를 기대하시길. 그리고 당신만의 골짜기를 찾아 과감하게 미친 결정을 하시길!

이 이미지는 대체 속성이 비어있습니다. 그 파일 이름은 DMZyXc_VoAAbnXY-1024x683.jpg입니다
홍대-연남의 야경
사진출처 : @Kor_Visitkorea (한국관광공사)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를 발행하지 않을 것입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