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인회관

4개월만에 10배 성장하는 방법

플랜핏은 운동 추천 서비스다.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초보자들이 아무 고민 없이 운동할 수 있도록 루틴과 가이드를 제공한다.


플랜핏은 아무런 홍보 없이 2월부터 4개월간 약 10배 성장했고, 공교롭게도 나는 2월에 광인회관에 합류했다. 아직 만족하기엔 한참 모자란 지표지만 그동안 내 생각이 어떻게 변화하였고, 서비스 방향성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공유하고자 글을 쓰기로 했다.

2021년 플랜핏의 MAU, 신규 유입

1. 제모옥은 ‘개선이 아닌 혁신’으로 하겠습니다. 근데 이제 ‘속도’를 곁들인…

몇 개월 전 나는 창업가, 기업가라기보단 개발자에 가까웠다. 고객에 집착하기보단 코드와 제품에 집착했다. 당연히 작은 개선이 반복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매일 제품은 더 나아지긴 하니까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광인회관 사람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큰 걸 해야 돼!!

여기서의 큰 것이란 그 동안 시도해보지 않았던 것, 유저에게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진우형(라이너 CEO, 광인회관 거주)가 들어준 예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수학에는 local max와 global max라는 개념이 있다. local max는 그 근방에서 가장 큰 값이다. local max 근처에서 작은 축의 이동이 있어봤자 갈 수 있는 건 local max다.

우리가 추구하는 정말 큰 성장을 위해서는 다른 max를 찾아야만 하고, 감소 추세를 겪더라도 큰 축의 이동을 가져가야한다. 작은 축의 이동은 개선이고, 큰 축의 이동은 혁신이다. 우린 global max에 가까워지기 위해 큰 시도를 해야만 한다.

Calculus - Maxima and Minima (solutions, solutions, videos)

이 예시가 겁쟁이였던 나를 움직이게 했다. 큰 시도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역주형(스프링캠프 심사역, 광인회관 멤버)에게 이야기했다. 형! 저 완전히 바꿔보기로 했어요! 설계하고 코드 짜려면 2-3주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역주형이 얘기했다.

1주일만에 안되냐?

처음엔 가능한 빨리 해야지~ 정도의 이야기인줄 알았다. 그게 아니고 꼭 필요한 것만 추려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누군가 벼락치기에 대해서 고찰한 글을 본 적이 있는데 벼락치기 능력은 모든 것을 짧은 시간에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꼭 해야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하여 버릴 것은 버리는 능력이라고 했다. 그 이야기였다.

해보겠다고 이야기하고 기능 구현을 하는데까지 5일 걸렸다. 코드는 뒤죽박죽이었고 어드민도 엉망이었지만 예상 시간을 반 이상 앞당겼다. 월요일에 선언을 하고 역주형은 나를 마주칠 때마다 이야기했다. ‘금요일 라이브? ㅎ’

우리는 지금도 이러한 방식으로 지금 해야할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명확히 구분하고 짧은 시간 안에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이러한 큰 시도들이 모여 더 큰 혁신을 만들어 나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2. 고객, 고객, 고객

그 때 구현 했던 기능은 바로 ‘트레이너 검토 기능’이다. 이전까지 플랜핏의 추천기능은 100% 알고리즘이 담당했다. 추천받기 버튼을 누르면 0.1초만에 오늘의 루틴이 추천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유저가 트레이너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고, 수시간 후에 트레이너의 코멘트와 함께 검토된 루틴을 전달받는다.

트레이너 검토기능 이전의 운동 추천

2월 말, 용섭이형(Habitown 대표, 광인회관 거주)는 Habitown의 MVP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이 MVP모델은 아직도 광인회관과 인사이더스에서 MVP의 정석으로 회자된다) 노션, 구글 스프레드시트, 카톡으로 운영되던 서비스인데, 하루에도 몇백명의 사용자와 카톡으로 대화했다. 설문조사등의 간접적인 대화가 아니라 진짜 대화를 하고 있었다.

무언가 잘못 되었음을 느꼈다. 1년 가까운 시간동안 앱을 만들어왔지만 내가 고객과 진짜로 대화해본 적이 있나? IR 등을 할 때마다 1000건이 넘는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해왔다고 자랑했지만 이게 진짜 대화인가?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것들은 내 가설이 맞다고 합리화하기 위해 유도심문에 가까웠다.

트레이너 검토 기능을 통해 우리는 수천 명의 유저 고민을 직접 수집할 수 있게 되었고, 매일매일 수백 명의 유저와 직접 소통하고 있다. 이는 여기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사이트를 주고 있다.

트레이너 검토 기능

또한, 아래와 같은 뿌듯함은 덤으로 찾아온다.

실제 변화를 느끼고 감사함을 전해주는 유저의 피드백
30회 이상 플랜핏의 운동 추천으로 운동하고 있는 유저의 피드백

플랜핏을 시작할 때 나는 내가 똑똑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유저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이 생각대로 만들면 유저가 알아서 써줄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완전히 그 반대였다. 유저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실행하는 것, 그리고 실행하는 도중 유저와 최대한 가깝게 관계 맺고, 대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3. Do things that don’t scale

‘확장 가능하지 않은 일을 하라’ Y-combinator의 폴 그레이엄이 한 말이다. 아직 읽어보지 않은 사람을 위해 딜라이트룸의 신재명 대표님이 번역한 글을 추천한다.

https://medium.com/delightroom/do-things-that-dont-scale-6876c5682a75

얼핏 보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인 것 같지만 글을 읽어보면 이해가 된다. 초기 스타트업은 스케일러블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일 하면 안된다. 스케일이 가능하지 않은 일로 소수의 고객을 만족시키고, 스케일이 가능한 구조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사실 나중에 이 글을 읽긴 했지만 우리가 트레이너 검토를 넣은 것과 일맥상통한 이야기였다. 우리는 지금 모든 유저들의 루틴을 사람이 검토해서 보내주고 있다. 유저와의 대화를 위함이었지만 사용자 만족도 또한 가파르게 올라갔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모든 유저들의 루틴을 매일 짜준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Scalability와 열성 유저 확보 두 마리 토끼를 잡기보단 열성 유저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실행을 통해 체득했다.

그 결과 열성유저들로부터 바이럴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리텐션은 2배 이상 상승했다. 첫 번째 운동 추천을 받고 그 다음 운동 추천을 받는 비율(재사용율)은 약 10%에서 37%까지 상승했다. 이제 플랜핏은 더 많은 유저를 확보하고 스케일이 가능한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

4. 앞으로의 플랜핏

지난 수개월간 플랜핏은 AU, 신규 유입, 리텐션 등 모든 지표에서 고속성장해왔다. 준호형(슈퍼 멤버스 CEO, 광인회관 거주), 찬민이형(라이너 COO, 광인회관 거주), 지수형(수호 CEO, 광인회관 멤버)의 도움으로 자금 확보도 했고, 든든한 팀원도 합류했다. 바다같은 남자 주환이(플랜핏 COO, 공동창업자)는 주 80시간씩 일하며 엄청난 성과들을 이뤄내고 있다. (미친 ASO로 안드로이드에서 ‘헬스’ 키워드를 먹어버렸다)

모든 사람이 똑똑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우리의 비전이다. 누구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어려운 문제를 풀고자 한다. 지금의 플랜핏은 그를 위한 첫 번째 걸음이고, 앞으로 더 멋지고 위대한 일들을 해낼 준비가 되어 있다.

혹시 글을 읽고 플랜핏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어진 분이 있다면 아래 링크를 확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플랜핏 노션 링크 : https://bit.ly/3zrCoK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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