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인회관

투자자가 되고 나서야 알게되었던 스타트업을 할 때 몰랐던 것들

2013년, 지금으로부터 8년전, 다니던 스타트업을 그만두고 창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더 이전으로 돌아가서 나는 왜 창업을 하게 되었지를 생각해본다. 

경영학도로서 내가 배우는 것들을 단순한 지식이 아닌 실행해볼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했었고, 당시 학생이었던 나는 창업이 ‘경영학’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창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을 계기로 우연히 한국 대표로 MIT-GSW(MIT에서 주최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워크샵)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 어린나이이지만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 관종이었던 나는, 

‘아, 스타트업이라는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일이구나’ 라고 생각했고,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으며, 사람들이 원하는 일이 있다면 창업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한 첫 창업 시도는 마치 대학교 프로젝트처럼 빠르게 사라져버렸다. 팀이 사라진 나는 좋은 제안을 해주었던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되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좋아하는, 가치있게 생각하던 일에 대한 고민없이 합류를 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1년 뒤 그만두고 또 창업을 하게된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 창업도 성공적이지 못했다. 

2.5년이라는 시간을 썼지만, 좋은 성과를 내진 못했고 사업을 중단해야 했다. 이번에는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다고 믿었고, 사람들이 원했던 일이라고 믿었었는데, 왜 나는 잘하지 못했을까?

어느새 VC에서 일한지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 당시의 나에게 이런 것들은 알고 있었어야 되는거 아니야 라고 말해주고 싶어 이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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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장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스타트업을 시작할 무렵,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줬던 글 중 하나는 창업자는 자신이 겪는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때를 만나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글이었다.

당시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했던 나는 이 글에 큰 영감을 받았고, 어떤 창업을 할지 고민할 때 내가 겪었던 문제점들 중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거기에 ‘시장의 크기’라는 키워드를 조금 더 고민해봤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 대부분의 문제들은 시장이 있다. 하지만 규모있는 비즈니스로 확장될 수 있는 시장은 흔치 않다. 

처음부터 구글, 네이버와 같은 검색엔진이나 아마존 같은 대규모 이커머스를 만들어야 된다는 말은 아니다. 우리의 첫 아이템이 큰 시장의 한 부분을 뾰족하게 찌르고 들어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쉽게’ 확장이 가능한 영역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내가 축구를 좋아해서 축구를 함께 할 사람들을 찾는 서비스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우선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은 ‘이 니즈를 해결하기 위한 다른 대체제가 무엇이고, 그 대체제는 어떤 방식으로 수익모델을 가져가고 있는가이다’

축구를 하고 싶은 사람들은 동호회에 가입한다. 동호회는 하나의 사업으로 충분한 규모를 만들 수 있을까?

과거의 나는 축구를 하는 사람들이 충분히 모이게 되면(국내에는 20만명 정도의 축구인들이 있다고 한다), 광고 비즈니스를 할 수도 있고, 축구 관련 용품을 파는 커머스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축구인들을 20만명을 모으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축구 용품 커머스를 한다는 것은 축구 매칭 서비스를 만드는 것과 비즈니스의 핵심이 다르다. 그렇게 넘어가는 것보다 오히려 축구 용품 커머스를 먼저 시작하는 것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길일 수도 있다. 

단순히 시장의 크기만을 고민하라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큰 시장일 수록 경쟁자들이 많다. 먼저 좋은 시장인지를 판단해보고, 우리가 뚫고 들어갈만한 지점이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더 좋을 것이다. 

특히, 기술의 발전으로 시장의 판도가 바뀌는 시기에 큰 시장들에서 지각변동이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 

모든 스타트업들은 미친듯이 일한다(물론 아닌 팀들도 있긴 하다). 그렇다면 같은 시간을 들여서 더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시장에서 광인처럼 일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10억 벌자고 스타트업을 하는게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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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스타트업에게는 시간이 생명이다. 

좋은 시장을 선택했다면, 그 다음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잠깐 언급했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시장의 판도가 바뀌는 시기에 큰 비즈니스들이 많이 나온다. 비슷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있는 스타트업들도 많을 것이고, 심지어 대기업에서 자금을 때려박으면서 해당 시점을 선점하려고 할 수도 있다. 

우리 모두 스타트업 하면서 한번쯤은 들어보지 않는가?

“우리 팀이 잘 할 수 있는 이유(경쟁력)는 무엇인가요?”

“이거 만약 대기업이 하면 금방 따라잡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이 어떻게 경쟁력이 있을 수 있으며, 대기업을 이길 수 있겠는가. 우리가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경쟁력을 갖춰나갈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밖에 없다. 그리고 그 중 가장 강력한 것이 ‘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기업도 특정 사업을 추진하는 TF팀이나 부서의 사람은 한정적이다. 물론 더 탄탄한 자금을 가지고 시작할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겠지만, 반대로 수도없이 많은 결재 라인과 의사결정권자들을 거쳐야 하기에 ‘시간’이 더 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광인처럼, 그리고 고민에 고민을 거쳐 최대한 효율적으로 일한다면 그들 이상의 결과를 내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다. 

과거의 나는 특정 테스크를 하는 ‘시간’을 어느정도로 할 것인가에 있어 가장 큰 고려사항은 팀의 상황이었다. 학생 창업이었기에 경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드물었고, 경험을 쌓고 학습해나가면서 나아가고자 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매번 늦어지는 due-date와 지쳐가는 팀원들이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체력이 빵빵할 때이니 특정 시점에 일을 끝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우리 팀이 고생하더라도 어떻게든 만들어내자고 할 것 같다. 함께 가는 사람들에게 ‘성장’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성과’도 중요한 동기부여 수단이기 떄문이다.

2-1. 투자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수단’이다 

지금도 멤버들에게 월급을 줄 수 있는데 투자를 왜 받아야할까?

당시의 내 생각이다. 학생 창업자이니 돈을 적게 받았기에 가능했던 생각이지만 어찌되었건 투자를 받야아하는 이유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이제야 ‘시간’의 중요성을 알기에 이야기 할 수 있다. 

당신이 1년이 걸릴 것을 투자를 받아서 6개월로 단축 할 수 있다면, 이를 본 많은 경쟁자들이 시장에서 이탈할 것이고,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객들에게 우리 서비스가 더 각인될 것이라는 것.그리고 고객을 발굴하는 것을 넘어 그 시장의 승자를 가리는 더 큰 무대로 옮겨갈 수 있을거라는 것. 

언젠가 투자 검토를 했던 어떤 팀이 얘기했었다. 

일주일에 100시간 일하고 있는데, 이번에 투자를 받으면 일주일에 500시간 일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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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들

드랍박스의 창업자인 드류 휴스턴은 MIT 졸업식 축사 영상에서 본인에게는 컨닝 페이퍼가 있다며 3가지를 말했다. 

테니스공, 써클, 그리고 숫자 30,000

이 중에서 내가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써클’이다.

그는 이야기 한다. ‘사람은 자신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다섯명의 평균치이다’라고.

스타트업을 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사람들은 누구일까?

당연히 함께 사업을 만들어가는 Co-Founder들과 팀원들이다. (일주일에 100시간이면 자는 시간만 빼고 계속 함께 있는 것이다)

어떤 팀원들을 데려와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함께 ‘스프링살롱’ 채널을 만들어가고 있는 이진열 대표가 영상에서 잘 설명해준 것 같다.

가장 먼저 나에 대해 냉정하게 알고 있어야 내가 부족한 부분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그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당시의 나는 가장 빠르고 쉽게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다. 

정말 제대로 스타트업을 해보고 싶다면, 어떤 사람들이 우리 팀에 함께 해야하는지를 고민하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위에 언급했던 시장, 그리고 시간 보다도 더 중요한 일이다.

만약 어떤 사업을 할지 정해진 상태라면, 그 사업의 핵심이 될만한 역량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보고 그걸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지부터 찾아나서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뛰어난 사람에 대한 기준은 i) 실행력, ii) 끈기, iii) 스마트함(A.K.A 가파른 러닝커브) 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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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을 하다보면 성과가 나지 않아 답답하기도, 어느 순간 어마어마한 기회가 찾아오기도 할 것이다. 

그 때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누구보다도 더 많이 고민하고, 미친듯이 일하자(광인처럼!). 

마지막으로 앞서 말했던 스타트업의 ‘시간’을 가장 잘 표현한 노래인 우원재의 ‘시차(We Are)’를 들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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