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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워십을 만들어내는 방법

띵스플로우에서 리더의 역할정의는 상당히 간결하다: “결국 일이 되게 하는 사람”. 띵스플로우에서 30명의 그룹을 리딩하는 그룹장을 지난 4분기에 맡았다.

그룹장은 하나의 프로덕트 전체를 책임지는 자리로서 전사 OKR에 대해 “일이 되게 할” 책임을 지는 자리였고, 나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 첫 번째: OKR을 달성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가슴뛰는 청사진을 그려내는 것.
  • 두 번째: 그 청사진을 실제로 실행할 수 있도록 팀을 얼라인하는 것.

리더십 롤을 맡으면서 실무도 함께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시간관리 자체도 물론 챌린징했었지만, 나에게 있어서 가장 큰 챌린지는 어떻게 7년차 10년차 시니어 팀장들에게 팔로워십을 얻어내느냐에 있었다.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어떻게 이루었는지에 대한 레슨런을 적어보려고 한다.


팔로워십을 얻어내는 나만의 방법 세 가지

  1. 실력으로 증명한다. 나의 판단대로 실행했을때 성공하는 결과를 여러번 경험시킨다.
  2. 주기적인 원온원을 하고, 원온원에서 발견된 문제를 실제로 해결해준다.
  3. 오래 일하기

첫째, 실력으로 증명한다.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가장 강력하다. 토스 이승건 대표는 “성장은 조직문제의 99%를 해결한다” 라고 말한 바 있다. 성과는 많은 문제를 해결한다. 나는 어리고 경력도 짧아 ex-아마존이나 ex-구글 타이틀을 갖고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순수 실력으로 나를 증명해야 했고, 과정으로서의 실력 (=합리적인 의사결정) 뿐만 아니라 결과로서의 실력 (=결국 성과가 난다) 도 필요했다. “이 사람은 될 놈이다” 라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했다.

나는 MBTI 소개팅 웹버전의 결제전환율을 5배 늘렸고, 이로 인해 프로덕트 전체 ROAS가 2.5배 성장하였다. ROAS가 분기 KR로 중요한 시점이었기 때문에 큰 임팩트가 있는 결과였다. 스플의 프로덕트 전체 KR이었던 뷰수 목표도 100% 달성하였다. 챌린징한 분기 목표들을 전부 완수하였고 그 과정에서 실력을 증명해냈으며 이후에 팔로워십이 더 강력해진 것을 체감하였다.


둘째, 주기적인 원온원, 실제 문제 해결

원온원을 팀장 레벨과 적어도 2주에 한번 진행하였다. 내 경험상 원온원은 인간적인 친밀감과 라포, 신뢰를 형성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원온원 베스트 프랙티스를 따르면서 라포를 형성하는 건 기본으로 하고, 원온원에서 나온 아젠다를 잘 듣고 실제로 해결에 도움을 주었다.

예를 들어, 우리 작가팀 리더가 흥행작품을 만들어내는 프로세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또 하루는 PD팀 리더가 나에게 장르 다양성을 얼마나 중요하게 가져갈지에 대한 고민을 얘기하였다. 한번은 마케팅팀 리더가 광고예산 책정 및 예산분배에서 디스커션 파트너가 필요했다. 또 한번은 개발팀 리더가 다음 스프린트를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지 얘기를 하였다.

상위 레벨의 리더가 될수록 고민 상황에서 도움을 주기 쉬운데,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내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 정보를 적절히 활용하여 유효한 행동을 하면 팀원들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라포를 공고히하고 이는 팔로워십으로 이어진다.


셋째, 오래 일하기.

오래 일하면 된다. 막차시간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일한다. 일주일에 60~80시간은 일한다. 오래 일하면 두 가지 효과가 있는데: 첫째: 항상 일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 창의적이고 통찰력 있는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둘째, 리더가 몰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서 믿음이 생기고 간접적인 동기부여가 된다. 인생을 갈아넣고 있는 리더가 불쌍해서라도 팔로워십이 생긴다.

그렇게 Scalable한 방법은 아니고, 솔직히 모두에게 추천하지 않는다. 물론 나한테는 잘 맞는 방법인데, 나는 항상 이런 방식으로 성공해왔기 때문이다. 농구를 잘해진 과정도 개인연습 시간을 쏟아부었었다 — 지하주차장에 가서 농구공 핸들링 연습을 일주일에 5번씩 했고, 슛 연습도 일주일에 3번씩 했다. 공부를 잘해진 과정도, 개발을 잘해진 과정도… 그냥 무식하게 연습시간을 엄청 많이 쏟아부었다. 워라밸은 믿지 않는다. 실력과 성과는 몰입해야 쌓인다. 오래 일함으로써 성과도 내고 팔로워십도 얻어낼 수 있다.


한편, 스스로 가져야 할 마인드셋적인 측면도 있다:

팔로워십 형성에 도움되는 마인드셋 세 가지

  1. 자기확신
  2. 긍정
  3. 반복

첫째, 자기확신.

자기확신은 설득의 중요한 레버이다. 내가 믿어야 남도 믿는다. 그래서 내가 구상한 청사진에 대한 자기확신을 가져야 하고, 성공경험이 쌓일수록 이 확신은 공고해진다. 확신 -> 성공경험 -> 확신 증가 -> 성공경험 -> 확신 증가… 의 양성피드백 루프가 돌아간다.

이게 과학자로서는 부자연스러울 수 있는데, 우리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p value 0.05에 집착하며 끊임없이 의심하도록 훈련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공경험이 쌓이면 자기확신의 크기도 늘어나더라. 자기확신을 기반으로 모멘텀을 만들어내어, 일이 되게 할 수 있다.


둘째, 긍정.

세상을 낙관주의자와 비관주의자로 나눠본다면, 비관주의자들은 대개 똑똑하고 분석적으로 시니컬하게 “안될 이유”를 늘어놓지만, 실제로 세상을 바꾸는 것은 낙관주의자들이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면 그게 팀 전체 사기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 커뮤니케이션에서 언어적 표현은 7% 뿐이고 나머지는 어조, 바디랭귀지 같은 비언어적인 요소들이기 때문에 리더의 태도와 감정은 (본인이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큰 영향력을 지닌다.

컨설팅 출신들이 분석은 기깔나게 해도 막상 창업은 잘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컨설팅에서는 현상을 숫자로 분석하고 똑똑하게 설명해내고 냉정하게 예측하는 데에 익숙하며 여기에는 스마트함과 정량적인 마인드셋이라는 역량이 필요한 한편, 큼직하고 담대한 계획을 바탕으로 팀원들을 하나로 결집시키고 모멘텀을 만들어내고, 목표의식과 동기부여를 만들어내는 일에는 용기와 낙관주의와 확신이라는 다른 능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낙관적이고 확신있게 밀고나가는 역량은 타고나는 부분도 있지만 경험으로 길러지는 부분도 있다.


셋째, 반복.

한번 말해서는 안된다. 한 30번은 말해야 한다. 이게 개그소재가 되고 밈이 되더라도 적어도 모두가 팀의 큰 방향성과 청사진, 우선순위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반복하는 것을 꺼리면 안된다.


일을 열심히 하면서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발견하게 된다.
몰입과 회고를 반복해가며 나이테가 하나씩 늘어간다.
역사에 임팩트를 남긴다는 꿈을 향한 단단한 발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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